한국지방자치발전연구원아침 커피 향 속에 고인 시간, 삶의 결을 바꾸다 > 소통

본문 바로가기

소통

오피니언 아침 커피 향 속에 고인 시간, 삶의 결을 바꾸다

페이지 정보

본문

 

하루라는 거대한 성벽을 허물고 다시 세우는 힘은 요란한 결심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창가에 내려앉은 낮은 햇살처럼, 고요하고도 필연적인 10분의 은유에서 시작됩니다.

포트에서 떨어진 물줄기가 원두의 심장을 적실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의 속도에서 이탈합니다.

 


투두둑, 낮게 깔리는 그 소리는 분주했던 어제의 잔상을 잠재우는 서곡입니다.

피어오르는 김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면, 차가웠던 이성의 온도는 어느덧 심장의 박동과 닮아갑니다.

 

그 찰나의 순간, 세상은 아직 우리를 호명하지 않습니다. 오직 정적을 가로지르는 깊은 숨과, 공기를 부드럽게 매만지는 향기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첫 모금이 잠든 감각의 세세한 혈관을 깨운다면, 두 번째 모금은 흩어진 사유를 맑게 정제합니다.

이때 우리는 소란스러운 세상의 전언(傳言) 대신, 시인의 문장을 곁에 둡니다.

잔 속에 머무는 여명/덕천

 

조그만 수면 위로 빛의 부스러기 내려앉고

하얀 김은 안개의 긴 꼬리를 물며 흐른다

나는 한 모금의 온기로

밤새 삭막한 꿈 속을 헤매던 나를 불러 모은다.

아직 아무런 발자국도 찍히지 않은 시간

세상은 고요의 숨을 참으며 나를 기다린다

 

이 짧은 시의 구절들은 서두르는 법 없이 마음의 빈터에 스며듭니다.

밤새 제멋대로 엉켜 있던 감정의 실타래를 부드럽게 풀어내고, 날 선 언어들을 정갈하게 다듬어 줍니다.

 

커피를 머금고 눈을 감는 행위는, 생의 소음을 차단하고 오로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작은 성소(聖所)로의 입장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지된 시간처럼 보이나, 실상은 자신을 가장 깊숙이 껴안는 치열한 돌봄의 순간인 셈입니다.

 

우리는 이 짧은 의식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강박을 넘어, 어떤 무늬로 살 것인가?를 비로소 선택합니다.

 

10분이 켜켜이 쌓이면, 성급했던 걸음걸이는 리듬을 찾고 말씨엔 온기가 스미며 판단은 숲처럼 깊어집니다. 잔 속의 액체는 이내 사라지지만, 그 향이 남긴 고요는 하루의 등 뒤를 든든하게 따라다닙니다. 결국 인생의 궤도를 수정하는 것은 거창한 혁명이 아니라, 아침마다 스스로를 정돈하는 이 사소하고도 경건한 의식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따스한 커피 향을 빌려, 어제보다 조금 더 투명한 영혼으로 세상에 나설 채비를 마칩니다.

 

 

작성자 newsly 작성일 26-09-03 23:0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한국지방자치발전연구원

고유번호 : 211-82-12397
대표자 성명 : 김성윤
주소 :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성정공원7길 3, 204호
전화 : 041-567-2609 이메일 : ksy594821@naver.com
Copyright © https://www.kladi.re.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