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 상식 낮술은 왜 이리 빨리 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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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한 잔이 몸에 남기는 뜻밖의 대가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저녁보다 낮에 더 자주 잔을 든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야외 테라스, 푸른 하늘 아래 맥주 한 잔, 오랜 친구와의 점심 약속은 그 자체로 휴가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낮술은 낭만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 몸은 그 낭만을 생각보다 훨씬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낮술은 왜 이렇게 빨리 취하지?"라고 말한다. 기분 탓이 아니다. 인체는 낮술을 저녁 술보다 더 강하게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빈속이기 때문이다.
점심 약속에 나가기 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침을 간단히 먹거나 거르는 경우가 많다. 음식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알코올이 들어오면 위를 지나 소장에서 빠르게 흡수되고, 혈중 알코올 농도는 순식간에 올라간다.
간은 가장 먼저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집중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혈당 조절이 뒤로 밀린다는 점이다. 혈당이 떨어지면 어지럽고, 힘이 빠지고, 집중력이 흐려진다. "술이 세다"기보다 몸이 갑작스럽게 에너지 부족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낮술을 마실 때일수록 술보다 먼저 식사를 하라고 권한다. 특히 탄수화물과 단백질, 건강한 지방이 함께 들어 있는 식사는 알코올 흡수 속도를 늦추고 몸의 부담을 줄여준다.
두 번째 이유는 탈수다.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면 이미 수분이 부족한 상태다. 밤새 7~8시간 동안 물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커피 한 잔만 마신 채 점심 술자리에 앉는다면 몸은 이미 갈증을 느끼고 있다.
알코올은 대표적인 이뇨제다. 소변 배출을 늘려 체내 수분과 전해질을 함께 빼앗는다. 여름철에는 땀까지 많이 흘리므로 탈수는 더욱 심해진다.
두통과 어지럼증, 메스꺼움, 피로감이 빨리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최근 건강 전문가들이 권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술 한 잔, 물 한 잔.
영국에서는 이를 얼룩말(Zebra) 마시기라 하고 한국에서는 꼬꼬마시기 즉 병아리처럼 한 모금 마시고 쉬고 다시 마시라고 한다. 술과 물을 번갈아 마시면 음주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지고 탈수도 예방할 수 있다. 비용도 줄고 숙취도 줄어드는 가장 간단한 습관이다.
세 번째는 시간의 함정이다.
저녁 술자리는 보통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낮술은 다르다. 점심으로 시작한 한 잔이 오후로 이어지고, 커피 대신 한 잔이 더해지며 어느새 저녁까지 이어진다.
햇살은 아직 밝고 분위기는 계속 좋다. 시계만 멈춘 것이 아니라 경계심도 함께 사라진다.
알코올은 판단력을 떨어뜨린다. 처음에는 "두 잔만 마셔야지."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몇 시간 뒤에는 그 약속을 잊는다.
연구에서도 낮술은 하루 전체 알코올 섭취량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은 수면이다.
의외로 이 부분에서는 낮술이 저녁 술보다 유리할 수도 있다.
저녁 늦게 술을 마시면 몸속에 알코올이 남은 상태에서 잠이 든다. 잠은 드는 것 같지만 깊은 수면은 방해받는다. 새벽에 자주 깨고 피로가 남는 이유다.
반면 점심 무렵 술을 마시고 더 이상 마시지 않는다면 잠자리에 들기까지 몸이 알코올을 상당 부분 분해할 시간이 생긴다. 숙취는 낮 동안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밤에는 더 깊이 잘 가능성이 있다.
결국 낮술이 더 위험한 이유는 술의 종류가 아니라 몸의 상태와 환경 때문이다.
빈속, 탈수, 긴 음주 시간, 더운 날씨, 그리고 느슨해진 경계심이 겹치면서 같은 한 잔도 훨씬 강하게 작용한다.
여름은 사람을 밖으로 부르고, 술잔은 사람을 웃게 만든다. 그러나 건강은 술의 양보다 마시는 방식을 기억한다.
올여름 가장 현명한 건배는 술잔을 조금 늦게 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 물 한 잔을 함께 올려놓는 일이다. 그 한 잔의 물이 오늘의 즐거움과 내일의 건강을 함께 지켜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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