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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 [김성윤의 채근담 지혜 37] 비위를 맞추고 아첨하여 환심을 사려고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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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강직하여 꺼림을 받을지언정, 아첨으로 환심을 사지 말라

쉽게 가까워지는 관계보다 쉽게 변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라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은 좋은 일이다.

부드러운 말과 친절한 태도는 관계를 편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자신의 원칙까지 굽힌다면

그 관계는 오래가기 어렵다.

처음에는 조금 가까이하기 어렵더라도 한번 믿음을 맺으면 쉽게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누구와도 금세 친해지지만, 상황이 달라지면 쉽게 멀어지는 사람도 있다.

 

『채근담』은 이번 구절에서 인간관계의 친밀함보다 그 관계를 떠받치는 인격의 중심을 보라고 한다. 차라리 강직하고 반듯하여 사람들이 조금 어려워할지언정,

비위를 맞추고 아첨하여 환심을 얻으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 원문(原文)과 한글 음독

落落者難合 亦難分(낙낙자난합 역난분)

欣欣者易親 亦易散(흔흔자이친 역이산)

是以君子(시이군자)

寧以剛方見憚 毋以媚悅取容(영이강방견탄 무이미열취용)

 

■ 풀어보기

『채근담』은 이번 구절에서 서로 다른 두 가지 인간형을 대비시킨다.

 

하나는 쉽게 어울리지는 않지만 한번 관계를 맺으면 오래가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지만 그만큼 쉽게 헤어지는 사람이다.

첫 구절은 落落者難合 亦難分(낙낙자난합 역난분)이다.

여기서 落落(낙낙)은 쓸쓸하거나 낙담한 모습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이 문맥에서는 성품이 시원스럽고 뜻이 높으며, 세속적인 영합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

모습을 가리킨다.

그런 사람은 처음부터 아무에게나 마음을 열지 않는다.

 

難合(난합), 쉽게 어울리기 어렵다.

말수가 적을 수도 있고 자신의 원칙이 분명해 다소 까다로운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마음을 나누고 신뢰를 맺으면 다르다.

亦難分(역난분), 또한 쉽게 헤어지지 않는다.

이익이 사라졌다고 관계를 끊지 않고, 작은 의견 차이 때문에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처음의 친밀함은 늦어도 한번 쌓인 믿음은 오래간다.

『채근담』은 이런 관계의 무게를 높이 평가한다.

 

반대편에는 欣欣者(흔흔자)가 있다.

欣欣者易親 亦易散(흔흔자이친 역이산).

欣欣은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이 문맥에서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누구에게나 살갑게 다가가는 모습을 나타낸다.

그런 사람은 易親(이친), 쉽게 친해진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웃음이 넘치고 상대의 기분을 잘 맞추어 준다.

자연히 주변에 사람이 모이기 쉽다.

그러나 『채근담』은 그 다음을 본다.

 

亦易散(역이산), 또한 쉽게 흩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사교적이고 친절한 성품 자체를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친밀함에 원칙과 진정성이라는 뿌리가 없을 때다.

 

상대의 환심을 얻기 위해 듣기 좋은 말만 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옳지 않은 일에도 맞장구친다면 그 친밀함은 상황이 달라지는 순간 쉽게 무너진다.

그래서 세 번째 구절은 是以君子(시이군자), “그러므로 군자는”이라고 방향을 전환한다.

 

군자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寧以剛方見憚(영이강방견탄).

차라리 강직하고 반듯하여 사람들에게 꺼림을 받을지언정,

毋以媚悅取容(무이미열취용).

아첨하고 비위를 맞추어 남에게 받아들여지려 하지 말라고 했다.

여기서 剛方(강방)은 매우 중요한 표현이다.

剛(강)은 굳세고 강직함이며, 方(방)은 반듯하고 바름이다.

따라서 강방은 완고하고 고집스럽게 행동하라는 뜻이 아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원칙과 도리를 함부로 굽히지 않는 품격을 말한다.

見憚(견탄)은 그런 강직함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어려워하거나 꺼리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媚悅(미열)은 상대의 비위를 맞추어 기쁘게 하는 것이고,

取容(취용)은 그렇게 해서 상대에게 받아들여지고 환심을 얻는다는 의미다.

 

『채근담』은 분명하게 선택한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자신의 중심을 버리지 말라.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보다 옳은 일을 옳다고 말하고,

잘못된 일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례하고 독선적인 사람이 되라는 뜻은 아니다.

말은 부드럽게 할 수 있다. 사람에게 친절할 수도 있다.

다만 부드러운 태도와 흔들리는 원칙은 서로 다른 문제다.

말은 따뜻하되 원칙은 분명하고, 사람은 포용하되 옳고 그름까지 타협하지 않는 것.

그것이 『채근담』이 말하는 군자의 모습이다.

 


■ 오늘의 메시지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능력은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서로 양보하며 관계를 조율하는 것도 삶의 지혜다.

그러나 관계를 잃을까 두려워 언제나 상대의 말에 동의한다면 어떨까.

 

잘못된 것을 보면서도 침묵하고, 마음에 없는 칭찬을 하며,

자신의 생각까지 바꾸어 상대의 환심을 얻는다면 당장은 관계가 편안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관계는 오래가기 어렵다.

 

『채근담』은 易親보다 難分, 쉽게 친해지는 것보다 쉽게 헤어지지 않는 관계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사람의 숫자보다 관계의 깊이를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剛方, 강직함과 반듯함이 있다.

 

진정한 친구라면 듣기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신뢰 역시 모든 것에 동의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원칙과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관계를 지키는 데서 생긴다.

 

앞선 36회가 보이지 않는 위험 앞에서 판단력을 잃지 말라고 했다면, 이번 37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의 환심 앞에서 자신의 중심을 잃지 말라고 가르친다.

 

인기는 순간이지만 신뢰는 오래 쌓인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고 자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

 

■ 오늘의 교훈

쉽게 친해지는 것보다 오래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관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원칙까지 버리지 말라.

차라리 강직하여 조금 불편한 사람으로 보일지언정 아첨으로 환심을 사지 말라.

말은 부드럽게 하되 중심은 반듯하게 지켜라.

 

■ 편집자 주

落落(낙낙) : 뜻과 기상이 크고 시원스러우며 세속에 쉽게 영합하지 않는 모습. 여기서는 독립적이고 원칙 있는 성품을 가리킨다.

難合(난합) : 쉽게 어울리거나 가까워지기 어려움.

難分(난분) : 한번 관계를 맺으면 쉽게 헤어지지 않음.

欣欣(흔흔) :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 여기서는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고 사교적으로 어울리는 모습을 나타낸다.

易親(이친) : 쉽게 가까워지고 친해짐.

易散(이산) : 쉽게 흩어지고 관계가 멀어짐.

剛方(강방) : 굳세고 반듯함. 강직하면서 원칙과 도리를 지키는 성품.

見憚(견탄) : 남에게 꺼림이나 어려움의 대상으로 여겨짐.

媚悅(미열) : 아첨하거나 비위를 맞추어 상대를 기쁘게 함.

取容(취용) : 남의 환심을 사서 받아들여지려고 함.

 

■ 한자 한 글자씩 뜻과 음

1. 落落者難合 亦難分

落(떨어질 락) 落(떨어질 락) 者(놈 자) 難(어려울 난) 合(합할 합)

亦(또 역) 難(어려울 난) 分(나눌 분)→ 낙낙자난합 역난분

 

2. 欣欣者易親 亦易散

欣(기쁠 흔) 欣(기쁠 흔) 者(놈 자) 易(쉬울 이) 親(친할 친)

亦(또 역) 易(쉬울 이) 散(흩을 산)→ 흔흔자이친 역이산

 

3. 是以君子

是(이 시) 以(써 이) 君(임금 군) 子(아들 자)→ 시이군자

 

4. 寧以剛方見憚 毋以媚悅取容

寧(차라리 녕) 以(써 이) 剛(굳셀 강) 方(모 방) 見(볼 견) 憚(꺼릴 탄)

毋(말 무) 以(써 이) 媚(아첨할 미) 悅(기쁠 열) 取(취할 취) 容(얼굴 용)

→ 영이강방견탄 무이미열취용

 

여기서는 특히 難合·難分과 易親·易散의 대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채근담』은 단순히 사교적인 사람보다 무뚝뚝하더라도 신뢰를 오래 지키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그 바탕을 剛方, 곧 강직하고 반듯한 인품에서 찾는다.

 

■ 김성윤의 한 줄 채근담

“모두의 환심을 얻으려 자신을 굽히지 말라. 처음에는 가까이하기 어려워도 오래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작성자 newsly 작성일 26-10-0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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