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톨스토이 특집 시리즈 제2회|집은 삶의 터전인가, 욕망의 경주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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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을 바라는 마음과 더 큰 자산을 향한 경쟁 사이
집은 사람을 쉬게 하는 곳이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돌아와 가족과 밥을 먹고,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삶의 터전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집은 머무는 공간인 동시에 자산의 크기와 미래의 안정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었다.
누구나 살 집을 원하지만, 집을 둘러싼 불안과 경쟁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지금보다 더 넓은 집, 더 좋은 동네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
톨스토이의 농부 바흠은 더 넓은 땅을 차지하려고 온종일 달렸다. 오늘의 바흠은 아파트와 부동산 시장 한가운데서 달린다.
어떤 사람은 전세에서 내 집으로 옮기기 위해 저축하고, 어떤 사람은 치솟는 집값을 따라잡으려고 대출을 감수한다. 더 나은 교육 환경과 교통, 안전을 찾아 가족의 보금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그 마음에는 탐욕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일도 이곳에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 가족에게 조금 더 안정된 삶을 주고 싶은 간절함이 함께 있다.
문제는 집이 삶의 안정을 주는 울타리인 동시에, 가격 상승과 자산 증식의 경쟁 무대가 될 때 생긴다. 집값이 오르면 이미 집을 가진 사람은 자산이 늘지만,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은 더 멀리 밀려난다.
한 채의 집을 구하려던 바람은 더 좋은 입지와 더 큰 평수, 더 높은 시세를 향한 경쟁으로 이어진다. 집이 있어도 대출 상환과 가격 변동에 마음을 졸이고, 집이 없는 사람은 언제쯤 안정된 거처를 마련할 수 있을지 막막해한다.
집값의 격차는 단지 부동산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사는 곳에 따라 교육과 교통, 문화와 일자리의 기회가 달라질 수 있다.
부모 세대의 자산이 자녀 세대의 출발선을 좌우하고, 주거의 차이가 삶의 선택지를 좁히기도 한다. 집이 안정된 삶을 보장하기보다 사회적 지위를 나누는 기준이 되면, 사람들은 집을 구하는 데 삶의 시간과 에너지를 지나치게 쏟게 된다.
그렇다고 집을 향한 개인의 욕망만 나무랄 수는 없다. 주거가 불안정한 사람에게 집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꼭 필요한 생활 기반이다.
따라서 바른 길은 집을 원하는 마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주거를 마련하고 집값 불안에 삶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안정적인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생애 단계와 소득에 맞는 주거 선택지를 마련하며, 주택 공급과 교통·교육 기반을 함께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과 처음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의 조건이 다르다는 점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집의 가치를 가격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사회적 시선이 필요하다. 넓고 비싼 집이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과 안전하게 머물 수 있고, 직장과 학교에 무리 없이 다니며, 이웃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집이 좋은 집이다. 집은 사람을 불안한 경쟁에 묶어두는 자산이 아니라, 삶을 꾸려갈 수 있게 하는 토대여야 한다.
바흠은 더 넓은 땅을 차지하려고 달렸고, 마지막에는 몸을 누일 4.3미터의 무덤만 남겼다. 오늘의 우리에게 집은 삶의 터전이어야 한다.
집을 얻기 위해 삶을 모두 저당 잡히거나, 집값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가족과 건강을 잃는다면 무엇을 얻은 것일까. 집은 얼마나 커야 충분한가보다, 그 안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가 먼저다.
제2회 요약
집은 휴식과 안정을 위한 삶의 터전이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자산과 지위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집값 상승과 주거 불안은 사람들을 더 넓고 비싼 집을 향한 경쟁으로 밀어넣는다. 주거 문제를 개인의 욕심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감당 가능한 주거와 안정된 생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집의 가치는 가격이 아니라 그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삶으로 판단해야 한다.
제3회 미리보기|더 좋은 학교, 더 높은 자리—끝나지 않는 경쟁
부모는 자녀에게 더 나은 기회를 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바람이 사교육과 입시 경쟁으로 이어지면 아이의 배움은 점수와 순위를 위한 일이 되기 쉽다. 다음 회에서는 교육의 ‘더 넓은 땅’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아이와 부모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보고, 배움의 기회와 교육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본다.
작성자 newsly 작성일
26-09-3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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