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자치발전연구원[365일, 인생을 빛낸 한마디] 9월 30일, 오늘은 T. E. 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한 장면이 마음 전체를 움직일 수 있다 >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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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365일, 인생을 빛낸 한마디] 9월 30일, 오늘은 T. E. 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한 장면이 마음 전체를 움직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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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사람에게서 배우는 삶의 지혜 9월 30일에 만날 인물은 영국의 시인·비평가·사상가 토머스 어니스트 흄(T. E. Hulme, 1883~1917)입니다.

 

그는 평생 많은 시를 남긴 시인은 아니었습니다. 생전에 발표된 시는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20세기 영미시의 중요한 흐름인 이미지즘(Imagism)의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시는 〈가을(Autumn)〉입니다.

 

가을

 

가을밤의 싸늘한 촉감―

나는 밖으로 나갔다.

울타리 너머에는 얼굴 붉은 농부처럼

붉은 달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나는 말을 걸지 않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사방의 별들은

도시 아이들처럼 흰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원시의 첫 구절은 “A touch of cold in the Autumn night”, 달은 “red-faced farmer”에 비유됩니다. 1908년 무렵 발표된 이 짧은 작품은 흄의 이미지즘적 시 세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설명하지 않고 보여 주는 시

이 시에는 거창한 철학적 설명이 없습니다.

“가을은 쓸쓸하다.”

“인생은 외롭다.”

“세월은 덧없다.”

이런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대신 흄은 우리 앞에 몇 개의 장면만 놓습니다.

차가운 가을밤,

울타리에 기대어 있는 붉은 달,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시인,

도시 아이들의 흰 얼굴을 닮은 별들.

그러자 독자의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가을의 정서가 생겨납니다.

이것이 흄이 추구했던 새로운 시의 방향이었습니다.

감정을 설명하기보다, 정확한 이미지를 보여주라.

이미지즘은 추상적인 말과 장황한 수사를 줄이고, 구체적이고 정확한 이미지와 일상적인 언어를 통해 순간의 경험을 전달하려 했습니다.

 

달을 ‘얼굴 붉은 농부’라고 본 사람

〈가을〉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달입니다.

시인은 달을 아름다운 여신이나 은빛 보석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얼굴이 붉은 농부”라고 합니다.

가을 들판에서 하루 일을 마친 농부의 얼굴처럼 붉은 달이 울타리 위로 고개를 내밉니다.

얼마나 소박하면서도 정확한 이미지입니까?

그리고 시인은 그 달과 대화를 나누지 않습니다.

그저 고개를 한번 끄덕입니다.

마치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말입니다.

달과 인간 사이의 거리가 갑자기 가까워집니다.

흄의 시는 이렇게 평범한 사물 하나를 낯설게 바라보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냅니다.

 

별은 왜 도시 아이들인가?

마지막 장면은 더 아름답습니다.

하늘의 별들은 “도시 아이들처럼 흰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농촌의 붉고 건강한 농부와 도시의 창백한 아이들이 달과 별이라는 두 이미지 속에서 대비됩니다.

붉은 달은 묵직하고 현실적입니다.

반면 흰 별들은 멀리서 세상을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아이들처럼 보입니다.

단 일곱 행의 짧은 시 안에서 농촌과 도시, 붉음과 흰빛, 가까움과 멂이 하나의 가을밤 풍경을 이룹니다.

그래서 좋은 시는 반드시 길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한 장의 이미지가 한 페이지의 설명보다 더 오래 남습니다.

 


‘이미지’가 먼저다

흄은 철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특히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의 사상에서 영향을 받아, 인간이 어떤 대상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기 전에 먼저 감각과 직관으로 경험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그가 시에서 ‘이미지’를 중시하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석양을 보면서 먼저

“태양광의 산란 현상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먼저 붉다, 아름답다, 쓸쓸하다고 느낍니다.

새벽의 찬 공기 역시 온도를 계산하기 전에 얼굴로 먼저 느낍니다.

흄에게 시는 바로 그 생각 이전의 생생한 순간을 붙잡는 일이었습니다.

 

낭만주의의 과장에 반대하다

흄은 당시 영국시의 감상적이고 장식적인 표현에 비판적이었습니다.

시는 거대한 감정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언어로 정확한 이미지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이후 에즈라 파운드 등을 거쳐 이미지즘 운동으로 발전했고, 현대시의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T. E. 흄은 누구인가?

흄은 1883년 9월 16일 영국 스태퍼드셔 엔던에서 태어났습니다.

케임브리지의 세인트존스 칼리지에서 수학과 철학을 공부했으나 학위를 마치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캐나다와 브뤼셀 등지를 여행하며 철학과 예술을 공부했고, 프랑스 철학과 현대시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1908년경 런던의 시인 모임에서 새로운 시의 방향을 주장했고, 그의 생각은 훗날 이미지즘의 중요한 출발점이 됐습니다.

그러나 그의 삶은 너무 짧았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군에 입대했고, 1917년 9월 28일 벨기에 전선에서 전사했습니다. 불과 34세였습니다.

그는 많은 시를 남기지 않았지만, 그가 제시한 새로운 시의 방향은 이후 영미 현대시에 오래 남았습니다.

 

오늘의 메시지

흄의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은 시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려 합니다.

무엇을 보아도 의미를 붙이고,

사람을 만나도 판단하고,

자연 앞에서도 분석부터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먼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가을 하늘을 보고,

붉은 달을 보고,

별 하나를 오래 바라보는 것.

그 짧은 순간이 삶을 더 깊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뉴슬리 독자에게 전하는 짧은 성찰

오늘 저녁 하늘을 한번 바라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이름을 붙이거나 설명하려 하지 말고

그저 눈앞의 장면을 마음속에 담아 보십시오.

나는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보면서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쳤는가?

길가의 꽃 한 송이,

저녁 햇빛,

사람의 표정,

창밖의 구름.

흄은 아주 짧은 가을밤 산책에서 하나의 시를 발견했습니다.

삶의 아름다움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잠시 멈추어 바라볼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한마디

“가을밤의 싸늘한 촉감― 나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흄의 시 정신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본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서둘러 설명하지 말라. 먼저 오래 바라보라.”

9월 30일, T. E. 흄이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나는 오늘 무엇을 제대로 바라보았는가?”

 

 

 

작성자 newsly 작성일 26-09-3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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