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 [김성윤의 채근담 지혜 29] 밝은 곳에서 시작하고, 쉬운 것부터 천천히 바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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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은 억지로 열 수 없다
사람을 깨우치고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뜻이 아무리 좋아도 서두르면 오히려 문을 닫게 만들 수 있다. 굳게 닫힌 마음을 억지로 열려 하지 말고 이미 열려 있는 밝은 곳에서부터 조금씩 이끌어야 한다. 사회의 풍속과 사람의 습관을 바꾸는 일도 마찬가지다. 『채근담』은 변화란 강요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 있는 곳에서 시작하여 서서히 넓혀가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 원문(原文)과 한글 음독
善啓迪人心者 當因其光明而漸通之 毋强開其所閉 (선계적인심자 당인기광명이점통지 무강개기소폐)
善移易風化者 當因其所易而漸反之 毋輕矯其光明 (선이역풍화자 당인기소이이점반지 무경교기광명)
■ 풀어보기
『채근담』은 이번 구절에서 사람을 깨우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지혜를 말한다.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상대의 마음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옳은 것을 너무 서둘러 강요하면 상대는 마음의 문을 더욱 굳게 닫을 수 있다.
첫 구절인 善啓迪人心者(선계적인심자)는 사람의 마음을 잘 깨우쳐 이끌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啓迪(계적)에서 啓는 ‘열다·깨우치다’, 迪은 ‘이끌다·나아가게 하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계적은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깨닫도록 마음의 길을 열어주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열어야 할까?
『채근담』은 當因其光明而漸通之(당인기광명이점통지)라고 말한다.
그 사람에게 이미 있는 밝은 부분을 따라 점차 통하게 하라는 뜻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다. 고집이 센 사람에게도 선한 마음이 있고,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도 옳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작은 틈이 있다.
현명한 사람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한다.
상대방의 잘못부터 공격하기보다 그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옳은 생각, 공감할 수 있는 가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선한 부분을 찾아 그것을 조금씩 넓혀간다.
그래서 漸通之(점통지)라고 했다. 핵심은 漸(점), 곧 ‘점차’에 있다.
마음의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毋强開其所閉(무강개기소폐), 닫혀 있는 곳을 억지로 열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굳게 닫힌 문을 힘으로 밀어붙이면 문이 열리기보다 빗장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상대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면 설득은커녕 반발과 거부감만 키울 수 있다.
『채근담』은 이어 개인의 마음에서 사회와 풍속의 변화로 시선을 넓힌다.
善移易風化者(선이역풍화자)는 풍속과 교화를 잘 변화시킬 줄 아는 사람을 뜻한다.
오랫동안 이어진 관습이나 사회의 문화를 바꾸는 일은 개인 한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오랜 세월 쌓인 습관과 관습에는 그 나름의 역사와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當因其所易而漸反之(당인기소이이점반지)라고 했다.
먼저 바꾸기 쉬운 것에서 시작하여 점차 바른 방향으로 돌려놓으라는 뜻이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뜯어고치려 하지 말고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부분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작은 변화가 익숙해지면 다음 변화도 받아들이기 쉬워진다.
마지막으로 毋輕矯其光明(무경교기광명)이라 했다.
바꾸기 어려운 것을 가볍게 여기고 억지로 바로잡으려 하지 말라는 뜻이다.
여기서 輕(경)은 문제를 가볍게 본다는 뜻이고, 矯(교)는 굽은 것을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뿌리 깊은 관습과 생각은 명령 하나, 제도 하나로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성급한 개혁은 좋은 뜻마저 거부하게 만들 수 있다.
결국 『채근담』이 말하는 변화의 지혜는 분명하다.
닫힌 곳을 억지로 열지 말고 열린 곳에서 시작하라.
어려운 것부터 강제로 고치려 하지 말고 쉬운 것부터 천천히 바꾸어라.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은 강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기다림, 그리고 점진적인 실천에서 나온다.
■ 오늘의 메시지
우리는 가정과 학교, 직장과 사회에서 끊임없이 누군가를 변화시키려 한다.
부모는 자녀를 바꾸려 하고, 스승은 제자를 가르치며, 지도자는 조직과 사회를 변화시키려 한다.
정치에서는 법과 제도를 통해 오랜 관행을 고치려고 한다.
문제는 뜻이 옳다는 확신이 강할수록 한 가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옳은 일이니 당장 따라야 한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명령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강요하면 반발을 부른다.
아무리 필요한 개혁이라도 구성원의 이해와 공감 없이 밀어붙이면 갈등이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채근담』은 漸(점)을 강조한다.
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방향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다.
사람의 어두운 부분을 공격하기보다 光明(광명), 이미 존재하는 밝은 마음에서 출발하라.
사회의 가장 어려운 문제부터 억지로 뜯어고치기보다 所易(소이), 먼저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라.
진정한 변화는 상대를 꺾어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고 함께 걸어 나오게 하는 것이다.
■ 오늘의 교훈
사람의 닫힌 마음을 억지로 열려 하지 말라.
잘못을 공격하기보다 그 사람 안의 밝은 곳에서 시작하라.
큰 변화를 원한다면 먼저 바꿀 수 있는 작은 것부터 바꾸어라.
참된 변화는 강요가 아니라 이해와 기다림 속에서 이루어진다.
■ 편집자 주
啓迪人心(계적인심) : 사람의 마음을 깨우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줌.
光明(광명) : 밝고 선한 마음. 여기서는 사람이 이미 가지고 있는 긍정적이고 깨우친 부분을 뜻한다.
漸通之(점통지) : 서서히 깨닫고 통하도록 이끌어 줌. ‘漸’은 점차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함을 나타낸다.
所閉(소폐) : 닫혀 있는 곳. 여기서는 고집이나 편견처럼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마음을 비유한다.
移易風化(이역풍화) : 사회의 풍속과 교화, 오랜 관습을 변화시킴.
所易(소이) : 쉽게 바꿀 수 있는 부분.
漸反之(점반지) : 조금씩 본래의 바른 방향으로 돌이킴.
矯(교) : 굽은 것을 바로잡음. 여기서는 잘못된 풍속이나 습관을 교정한다는 의미다.
所難(소난) : 쉽게 바꾸기 어려운 부분.
■ 한자 한 글자씩 뜻과 음
1. 善啓迪人心者
善(착할 선) 啓(열 계) 迪(나아갈 적) 人(사람 인) 心(마음 심) 者(놈 자)
→ 선계적인심자
2. 當因其光明而漸通之
當(마땅 당) 因(인할 인) 其(그 기) 光(빛 광) 明(밝을 명) 而(말 이을 이) 漸(점점 점) 通(통할 통) 之(갈 지)
→ 당인기광명이점통지
3. 毋强開其所閉
毋(말 무) 强(강할 강) 開(열 개) 其(그 기) 所(바 소) 閉(닫을 폐)
→ 무강개기소폐
4. 善移易風化者
善(착할 선) 移(옮길 이) 易(바꿀 역) 風(바람 풍) 化(될 화) 者(놈 자)
→ 선이역풍화자
5. 當因其所易而漸反之
當(마땅 당) 因(인할 인) 其(그 기) 所(바 소) 易(쉬울 이) 而(말 이을 이) 漸(점점 점) 反(돌이킬 반) 之(갈 지)
→ 당인기소이이점반지
6. 毋輕矯其所難
毋(말 무) 輕(가벼울 경) 矯(바로잡을 교) 其(그 기) 所(바 소) 難(어려울 난)
→ 무경교기소난
여기서 특히 漸(점)은 이 구절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글자다. 단순히 느리게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와 순서를 헤아려 단계적으로 변화시키라는 뜻이다. 또한 光明(광명)은 단순한 ‘빛’이 아니라 사람 안에 이미 존재하는 밝고 선한 가능성을 가리킨다.
■ 김성윤의 한 줄 채근담
“닫힌 마음을 억지로 열지 말라. 그 사람 안의 밝은 곳에서 시작하면, 작은 변화가 마침내 큰 변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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