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문화 나이 들어도 정원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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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천천히 움직이고, 마음은 다시 피어난다
정원 가꾸기는 단순히 꽃과 채소를 키우는 일이 아니다.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으며 계절의 변화를 기다리는 과정은 나이 든 사람에게 운동이자 명상이고, 삶의 활력을 되찾게 하는 소중한 일상이다.
정원 전문가 론다 플레밍 헤이즈(Rhonda Fleming Hayes)는 신간 《평생을 위한 정원(Garden for Life)》에서 나이가 들어도 정원 가꾸기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몸의 변화에 맞춰 정원의 크기와 관리 방법을 바꿔야 한다.
정원은 몸과 마음을 함께 움직인다
흙을 파고 모종을 심을 때는 팔과 다리의 큰 근육을 사용한다. 시든 꽃을 따거나 열매를 수확할 때는 손가락의 섬세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걷고, 굽히고, 뻗는 동작은 관절의 유연성과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정원은 마음의 건강에도 이롭다. 햇빛과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식물을 돌보면 스트레스가 줄고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이 피며 열매가 익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내일을 기다리게 한다. 정원에는 언제나 ‘다음 계절’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직접 기른 상추와 토마토, 오이와 허브는 식탁도 건강하게 만든다. 해마다 새로운 작물을 선택하고 재배 방법을 익히는 일은 두뇌를 자극하고 생활에 작은 목표를 만들어 준다.
몸에 정원을 맞춰야 한다
나이가 들면 정원을 줄이거나 단순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통로는 넓고 평평하게 만들고, 미끄럽지 않은 포장재를 사용해야 한다. 계단에는 난간을 설치하고 어두운 길에는 태양광 조명을 두는 것이 좋다. 바닥에 늘어진 호스는 낙상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접이식이나 자동 감김 호스를 이용한다.
허리를 깊이 굽히지 않아도 되는 높은 화단은 특히 유용하다. 자주 먹는 채소와 좋아하는 꽃은 집이나 현관 가까이에 심고, 손이 많이 가는 식물은 줄인다. 정원 곳곳에는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도 마련한다.
관리하기 쉬운 다년생 꽃과 관목, 허브와 덩굴식물을 선택하면 노동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가지치기와 잔디 깎기가 부담스럽다면 잔디 면적을 줄이고 지피식물이나 자연형 정원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때로는 자연에 맡겨도 된다
정원의 모든 벌레와 잡초를 없애려 할 필요는 없다. 새가 애벌레를 잡아먹고, 낙엽이 흙을 비옥하게 하며, 야생화가 벌과 나비를 불러온다. 살충제 사용을 줄이고 자연이 스스로 균형을 찾도록 기다리면 일손은 줄고 생명은 더욱 풍성해진다.
정원이 너무 커졌다면 전부 관리하려 하지 말고 창문에서 잘 보이는 곳이나 현관 주변만 집중적으로 가꾸면 된다. 작은 화분 하나, 향기로운 허브 한 포기만으로도 정원은 충분히 삶의 벗이 될 수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정원을 떠나는 일이 아니다. 정원을 몸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젊을 때는 사람이 정원을 가꾸지만, 노년에는 정원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보살핀다. 정원의 적절한 크기는 평수가 아니라, 즐겁게 돌보고 편안히 바라볼 수 있는 만큼이다.
출처: 이 칼럼은 The Telegraph(2026년 6월 28일자) 팔본(Val Bourne)의 「Why you should keep gardening as you age – and how to manage it」를 참고해 한국 독자 관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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