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 [김성윤의 채근담 지혜 26] 밝음은 안에 두고, 너그러움은 밖으로, 사람을 너무 분명하게 가르면 사람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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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은 밝아야 한다. 그러나 너무 밝아 모든 것을 좋고 나쁨, 현명함과 어리석음으로 가르기 시작하면 오히려 사람과 멀어질 수 있다. 『채근담』은 군자의 지혜란 속으로는 밝고 분명하되 겉으로는 너그럽고 후덕한 데 있다고 가르친다.
■ 원문(原文) 과 한글 음독
好醜心太明 則物不契(호추심태명 칙물불계)
賢愚心太明 則人不親(현우심태명 칙인불친)
士君子須是內精明而外渾厚(사군자수시내정명이외혼후)
使好醜兩得其平 賢愚共受其益(사호추양득기평 현우공수기익)
纔是生成的德量(재시생성적덕량)
1. 好醜心太明 則物不契
好(좋을 호) 醜(추할 추) 心(마음 심) 太(클 태) 明(밝을 명) 則(곧 즉) 物(만물 물) 不(아닐 불) 契(맺을 계)
→ 호추심태명 칙물불계
2. 賢愚心太明 則人不親
賢(어질 현) 愚(어리석을 우) 心(마음 심) 太(클 태) 明(밝을 명) 則(곧 즉) 人(사람 인) 不(아닐 불) 親(친할 친) → 현우심태명 칙인불친
3. 士君子須是內精明而外渾厚
士(선비 사) 君(임금 군) 子(아들 자) 須(모름지기 수) 是(이 시) (안 내) 精(정할 정) 明(밝을 명) 而(말 이을 이) 外(밖 외) 渾(흐릴 혼) 厚(두터울 후) → 사군자수시 내정명이 외혼후
4. 使好醜兩得其平 賢愚共受其益
使(하여금 사) 好(좋을 호) 醜(추할 추) 兩(두 량) 得(얻을 득) 其(그 기) 平(평평할 평)
賢(어질 현) 愚(어리석을 우) 共(함께 공) 受(받을 수) 其(그 기) 益(더할 익)
→ 사호추양득기평 현우공수기익
5. 纔是生成的德量
纔(겨우 재) 是(이 시) 生(날 생) 成(이룰 성) 的(과녁 적) 德(큰 덕) 量(헤아릴 량) → 재시생성적덕량
다만 여기서 한자의 사전적 훈과 『채근담』 문맥에서의 뜻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渾(혼)을 단순히 ‘흐릴 혼’이라고만 하면 부정적으로 들리지만, 渾厚(혼후)에서는 ‘꾸밈없이 너그럽고 후덕함’이라는 좋은 의미이다. 纔(재)도 여기서는 ‘겨우’보다는 “비로소, 그래야만”으로 풀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 풀어보기
『채근담』은 사람을 판단하는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알아야 하고, 사람의 현명함과 어리석음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분별력이 지나치게 날카로워지면 그것은 지혜가 아니라 사람을 재단하는 칼이 될 수 있다.
첫 구절인 好醜心太明(호추심태명)은 좋고 나쁨, 아름답고 추함을 가리는 마음이 지나치게 분명하다는 뜻이다.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다. 문제는 자신의 기준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기 시작할 때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좋은 것이고 내가 싫어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단정하면 세상을 받아들이는 폭이 좁아진다.
그래서 則物不契(칙물불계), 곧 사물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했다. 세상에는 완벽하게 아름다운 것도, 완벽하게 추한 것도 드물다. 장점 속에 단점이 있고 단점 속에도 쓸모가 있다. 너무 엄격하게 가르면 세상의 다양한 모습과 어울릴 수 없게 된다.
이어지는 賢愚心太明(현우심태명)은 사람을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으로 지나치고 분명하게 나누는 마음을 말한다. 사람을 만나자마자 능력과 학식, 지위와 성품을 평가하고 ‘쓸 만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구분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채근담』은 則人不親(칙인불친)이라고 답한다. 사람이 가까이하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도 끊임없이 평가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자신의 부족함을 품어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작은 허물까지 찾아내는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군자는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士君子須是內精明而外渾厚(사군자수시내정명이외혼후)라 했다. 군자는 반드시 안으로는 정밀하고 밝되, 밖으로는 너그럽고 후덕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 좋게 보라는 말이 아니다. 옳고 그름을 구별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內精明(내정명), 속으로는 사물의 이치를 정확하게 보고 사람의 장단점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그대로 칼날처럼 밖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外渾厚(외혼후), 밖으로 사람을 대할 때는 넉넉하고 부드러워야 한다. 상대의 부족함을 알면서도 품어주고, 잘못을 보면서도 고칠 여지를 남겨주는 것이 군자의 덕이다. 그래야 使好醜兩得其平(사호추양득기평), 좋고 나쁨이 각각 균형을 얻고, 賢愚共受其益(현우공수기익),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모두가 그 덕의 이로움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채근담』은 이것을 纔是生成的德量(재시생성적덕량)이라고 말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사람과 만물을 살리고 길러내는 참된 덕량이라는 뜻이다. 덕이 큰 사람은 모든 사람을 똑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차이를 알면서도 차별하지 않고, 허물을 보면서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 사람이다.
■ 오늘의 메시지
우리는 사람을 너무 빨리 판단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몇 마디 말과 짧은 행동만 보고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가르고, 유능한 사람과 무능한 사람을 나눈다. 조직에서는 성과와 능력을 숫자로 평가하고, 사회에서는 서로의 생각이 조금만 달라도 쉽게 편을 가른다.
물론 분별은 필요하다. 문제는 분별이 지나쳐 단정이 되는 순간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함께 있다. 오늘 현명한 사람이 내일 실수할 수 있고, 지금 부족해 보이는 사람이 훗날 크게 성장할 수도 있다. 그래서 『채근담』은 內精明而外渾厚, 안으로는 밝게 보고 밖으로는 너그럽게 대하라고 한다.
사람을 제대로 보는 눈과 사람을 품어주는 마음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밝기만 하면 차가워지고, 너그럽기만 하면 흐려질 수 있다.
참된 지혜는 둘 사이의 균형에 있다.
■ 오늘의 교훈
사람을 분별하되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
허물을 알되 품어줄 여지를 남겨라.
안으로는 밝고 분명하게, 밖으로는 너그럽고 후덕하게 살아가라.
그것이 사람을 얻고 세상을 품는 군자의 덕량이다.
■ 편집자 주
好醜(호추) : 좋고 나쁨, 아름다움과 추함을 뜻한다.
物不契(물불계) : 사물과 서로 맞지 않고 조화를 이루지 못함.
賢愚(현우) : 현명함과 어리석음, 또는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人不親(인불친) : 사람들이 가까이하지 않음.
內精明(내정명) : 마음속으로는 사리와 사람을 세밀하고 분명하게 살피는 것.
外渾厚(외혼후) : 겉으로 사람을 대할 때는 너그럽고 후덕하며 모나지 않은 태도를 보이는 것.
生成(생성) : 낳고 기르며 살려냄.
德量(덕량) :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품을 수 있는 덕의 크기와 도량.
■ 김성윤의 한 줄 채근담
“사람의 허물을 알아보는 것이 밝음이라면, 그 허물을 품어주는 것은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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