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밤을 거스르는 노동, 생체 시계가 보내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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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근무는 단순히 잠자는 시간만 바꾸는 일이 아니다. 몸속 생체 시계를 흔들어 기억과 면역, 신진대사, 심혈관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현재 연구는 위험의 ‘연관성’을 보여줄 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병원과 공장, 물류센터, 소방서처럼 24시간 돌아가는 사회에는 밤을 지키는 노동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의 몸은 밤에 일하고 낮에 자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야간 근무가 반복되면 몸이 잠들어야 할 시간에 빛을 받고 활동하면서 생체시계와 실제 생활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신호는 빛이다. 낮의 자연광은 몸에 깨어날 시간을 알리고, 밤의 어둠은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해 수면을 준비하게 한다. 하지만 현대인은 낮에는 실내에서 자연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밤에는 조명과 스마트폰 화면에 지나치게 노출된다. 야간 근무자는 이러한 교란을 더욱 강하게 겪는다.
밤은 몸이 쉬는 시간이 아니다
수면하는 동안 뇌는 낮에 쌓인 기억을 정리하고 감정을 처리한다. 몸은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고 면역 기능을 조절하며, 깊은 잠에서는 성장호르몬을 분비한다. 뇌의 ‘글림프계’도 작동해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비롯한 노폐물 제거를 돕는다.
따라서 수면이 짧거나 자주 끊기면 이러한 회복 과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단 하룻밤의 수면 부족만으로도 뇌를 둘러싼 체액의 아밀로이드 수치가 증가했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수면 부족이 알츠하이머병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가 야간 근무자를 포함한 교대 근무자 1만 3천여 명을 장기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중년기의 교대 근무가 치매 위험 36% 증가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기간이 길수록 위험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심장병·당뇨병·암과의 연관성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면역 반응을 과도하게 활성화해 염증을 증가시킬 수 있다. 지속적인 염증은 심혈관질환 위험과 연결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높아지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당뇨병과 대사질환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생체 리듬을 교란하는 야간 근무를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 분류한다. 유방암과 전립선암, 대장암 등과의 연관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야간 근무가 반드시 암을 일으킨다는 뜻은 아니다. 멜라토닌 감소와 만성 염증 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피해를 줄이려면
야간 근무 후 한 번에 충분히 자기 어렵다면 수면을 두 번으로 나누는 분할 수면을 고려할 수 있다. 근무 중이나 근무 직후 20∼50분가량의 짧은 낮잠은 졸음을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며 퇴근길 졸음운전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낮에는 가능한 한 자연광을 충분히 받고, 잠들기 전에는 방을 어둡고 조용하게 유지해야 한다. 휴일마다 수면 시간을 크게 바꾸기보다 일정한 수면 리듬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주말의 몰아 자기가 피로를 줄일 수는 있지만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을 완전히 대신하지는 못한다.
우울감과 무기력, 집중력 저하, 지속적인 피로가 나타난다면 몸이 보내는 초기 경고일 수 있다. 멜라토닌이나 수면제는 임의로 복용하지 말고 전문가의 진단과 처방을 받아야 한다. 밤을 지키는 노동이 불가피하다면, 이제 사회도 야간 근무자의 건강을 개인의 적응 문제가 아닌 노동환경과 공공보건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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