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찾아가는 천안학, 시민 속으로 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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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선호 때문에 이동하지만, 관계 때문에 머무른다”
천안학연구소가 시민과 함께하는 생활밀착형 지역학 프로그램인 ‘찾아가는 천안학’을 통해 지역 정체성과 공동체 회복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천안학연구소는 20일 천안시 중앙도서관에서 시민 대상 공개강의 「천안에서 뿌리내리는 삶」을 개최했다. 이날 강의는 “사람은 왜 머무르고, 어떻게 공동체를 만드는가?”를 주제로 진행됐으며, 심재권 천안학연구소장(나사렛대학교 교수)이 강사로 나섰다.
▲ 심재권 천안학연구소장(나사렛대학교 교수)이 시민대상 ‘찾아가는 천안학’에 관하여 열강하고 있다. ©Newsly |
심 소장은 강의에서 “천안에 사는 것과 천안을 살아가는 것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주민등록상 주소를 두고 거주하는 것과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도시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 지역에 오래 살았다고 해서 반드시 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거주 기간이 아니라 지역과 맺는 관계의 깊이”라고 말했다.
천안은 왜 성장했는가?
강의에서는 천안의 역사적·도시적 특성도 함께 소개됐다. 천안은 조선시대 삼남대로의 주요 거점이었으며, 근대 이후 경부선 철도를 중심으로 교통의 요충지로 발전했다. 여기에 산업단지 조성과 대학의 성장, 수도권과의 우수한 접근성이 더해지면서 오늘날 교통·산업·교육 기능이 결합된 중부권 핵심 도시로 성장했다.
현재 천안의 주민등록 인구는 약 70만 명 규모이지만, 출퇴근과 통학, 소비, 의료, 문화 활동 등을 포함한 생활 인구는 약 17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 소장은 “생활 인구가 많다는 것은 도시의 활력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천안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점을 강조했다.
지역소멸에서 지역정주로
이번 강의의 핵심 메시지는 지역 소멸이 아니라 지역 정주였다. 천안학연구소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천안정주선언을 발표하고 지역정주운동을 추진해 왔다. 인구 유입이나 재정 지원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으며, 시민 스스로 지역 안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해 왔다.
심 소장은 정주의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정주의식은 자신이 사는 지역을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자 공동체의 장으로 인식하는 태도입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고, 이웃과 관계를 맺으며, 지역 문제 해결에 참여하려는 시민의식이야말로 정주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선호 때문에 이동하지만, 관계 때문에 머무른다”는 말은 이날 강의에서 가장 큰 공감을 얻은 문장이었다.심 소장은 경제학자 Charles Tiebout의 ‘발로 하는 투표(Voting with Feet)’ 이론을 소개하며 사람들이 교육, 일자리, 주거환경, 교통, 공공서비스 등을 비교해 거주지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시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이유와 사람들이 그곳에 정착하는 이유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좋은 일자리와 편리한 교통은 사람을 오게 만들 수 있지만, 그 도시를 떠나지 않게 만드는 힘은 결국 이웃과의 관계, 지역에 대한 기억,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는 저출생과 지방 소멸 문제가 심화 되는 오늘날 지역 정책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시사점으로 평가된다.
![]() ▲ 심재권교수의 천안학 강의에 몰입하는 시민들 |
천안학에서 마을학으로
강의 후반부에서는 ‘마을학’의 중요성도 제시됐다. 천안이라는 거대한 도시도 시민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공간은 각자의 동네와 마을이다. 따라서 지역학이 시민의 삶 속으로 파고들기 위해서는 도시 전체를 연구하는 천안학과 더불어 생활권 단위의 마을학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 소장은 “천안학이 도시 전체의 역사와 정체성을 다룬다면, 마을학은 시민의 생활세계 속에서 천안을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찾아가는 천안학이 필요한가? 바로 ‘찾아가는 천안학’의 가장 큰 의미는 지역학을 연구실과 대학 강의실 밖으로 끌어냈다는 점에 있다.
지역학은 종종 전문가의 연구 분야로만 인식돼 왔다. 그러나 지역의 역사와 문화, 공동체 문제는 결국 시민의 삶과 직결된다. 시민이 지역을 이해할수록 지역에 대한 애착과 참여가 높아지고, 이는 곧 공동체 회복과 지역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인구 감소와 공동체 해체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찾아가는 천안학은 단순한 교양 강좌를 넘어 시민 정체성 형성과 지역 정주문화 확산을 위한 시민교육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천안학연구소는 앞으로도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오전 10시 30분 천안시 중앙도서관에서 천안의 역사, 지명, 마을, 생활 문화, 시민 정체성 등을 주제로 강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심재권 소장은 강의를 마무리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천안의 미래는 사람을 많이 오게 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사람이 천안에 뿌리내리게 하는 데 있습니다. 천안에서 뿌리내리는 삶은 단순히 떠나지 않는 삶이 아니라, 천안 안에서 의미 있는 관계와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삶입니다.” 지역의 미래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다. 그리고 사람을 머물게 하는 힘은 조건이 아니라 관계라는 사실을 찾아가는 천안학은 다시 한번 시민들에게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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