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칼럼] '대전충남특별시' 출범, 백년대계인가? OR 조급한 실험인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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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행정통합이 ‘백년대계’가 될지, 조급한 실험이 될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속도전으로 추진되는 ‘대전충남특별시’ 논의가 민주적 정당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을 키우고 있다. 

 

▲ 김성윤 전 단국대 법정대학장, 한국지방자치발전연구원 원장, 정치학 박사     ©

 

오랜 숙고와 토론 끝에 나와야 될 대한민국 행정지도가 최단 시일 속에 격변을 맞이하고 있다. 2024년 11월 공동선언으로 시작된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의 행정통합 논의는 2026년 7월 '대전충남특별시' 출범이라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향해 급페달을 밟고 있다.

 

2025년 7월, 대전광역시의회와 충청남도의회는 행정통합에 대한 의견 청취 절차를 종료하고, 두 의회 모두 행정통합에 찬성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으며 2025년 8월 14일, 대전광역시청과 충청남도청은 통합 특별법안 조문을 확정했다.

 

2025. 10. 2일 성일종 의원 등 45인은 제429회 국회(정기회)회에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2025년 12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충청남도 타운홀 미팅에서 대전충남특별시 출범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찬성입장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025년 12월 15일,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전충남권 의원들이 오찬을 갖고 대전충남특별시 출범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이 논의에선 현재 국민의힘 주도로 발의한 특별법 대신 새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충청북도와 세종특별자치시의 통합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단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국가의 행정 체계를 뿌리째 바꾸는 이 거대한 실험이 과연 지역 소멸의 해법이 될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조급함이 낳은 악수가 될 것인지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통합의 당위성: 메가시티를 통한 생존 전략

 

행정통합의 가장 강력한 명분은 규모의 경제와 초광역적 경쟁력 확보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지방 소멸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내외적인 환경에서 기존의 쪼개진 행정구역으로는 거대 수도권에 맞설 동력도 광역화 되어가는 세계적 추세에 맞서기가 어렵다.

 

따라서 대전의 첨단 과학기술 인프라와 충남의 드넓은 배후지, 산재한 대학의 인적자원 및 제조업 기반이 결합한다면, 이른바 '경제과학수도'로서의 시너지 효과는 분명 기대할만하다. 더욱이 도쿄도의 사례처럼 광역 단위의 통합 행정 체제는 중복 투자를 줄이고 교통·물류·환경 등 광역 행정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줄 수도 있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을 선출하겠다는 로드맵은 이러한 행정 비효율을 제거하고 강력한 리더십 아래 지역 발전을 추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문제는 졸속에 있다.

 

드러난 문제점: 정체성 혼란과 민주적 절차의 부재

위와 같은 장밋빛 전망 뒤에 숨은 우려를 지적하는 시민이나 도민이 적지 않다.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걸림돌은 명칭과 정체성의 문제다. 대전충남특별시 혹은 충남대전특별시라는 가칭은 언어적 어감이 매우 부자연스럽다.

 

그 이유는 행정 구역상 '특별시' 아래 '시'를 두는 기이한 구조(특별시-시-구/군)를 만든다. 이는 70년간 이어진 대한민국의 행정 체계와 시민들의 공간적 인식을 뒤흔들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민주적 정당성이다. 현재의 추진 과정을 보면 주민들의 자발적인 요구인 바텀업(Bottom-up)보다는 중앙 정치권과 지자체장들의 하향식(Top-down) 결정이 주를 이룬다.

 

2026년 7월 출범이라는 촉박한 일정에 쫓기다 보니,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나 주민 투표 등 직접적인 의견 수렴 절차가 생략되거나 절차를 이행 한다고 해도 형식에 그칠 우려가 적지 않다. 더욱이 교육자치와의 충돌 문제나 통합 청사 소재지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 또한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뇌관이다.

 

과제: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과 '내실'

대전·충남 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계적 결합을 넘어 화학적 융합이 일어나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정치권의 선거 공학적 계산이나 실적 쌓기용으로 이 사안을 다뤄서는 안 된다는 점은 아래와 같이 명확하다.

 

첫째, 명칭과 행정 지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별시'라는 용어의 남발보다는 통합 지자체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 새로운 행정 모델 정립이 필요하다.

 

둘째, 철저한 주민 소통이다. 행정 편의주의적 통합은 결국 지역내에서 조차 또 다른 지역 소외감을 낳을 뿐만 아니라 행정 비용만 증가시킬 뿐이다.

 

셋째, 충북과 세종을 아우르는 단계적 확장성이다. 최근 논의된 것처럼 충청권 전체를 아우르는 그랜드 메가시티로의 비전을 명확히 하되, 속도 조절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전충남특별시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빨리 출범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도민과 시민의 삶을 질적으로 개선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2026년의 대전 충남통합이라는 첫 발걸음이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지, 아니면 대충(大忠)이 아니라 대충(大衝)만든 특별시가 될지는 지금부터 펼쳐질 세심한 설계와 진정성 있는 소통에 달려 있다